투자 책을 많이 읽어 왔지만, 대부분은 "어떤 종목을 언제 사고팔아라"는 식의 기술적인 안내서였다. 그런 책들은 읽을 때는 고개를 끄덕이게 되지만, 시장 상황이 조금만 달라지면 쓸모가 없어졌다. 반면 이 책은 처음부터 다른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왜 돈을 못 버는가?" 그 답을 투자 기술이 아닌 생각의 틀, 즉 인문학에서 찾는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저자 브라운스톤(우석)은 결혼 비용까지 아끼며 모은 500만 원으로 시작해 50억 원의 자산을 일군 실전 투자가다. 연세대 대학원에서 재무관리를 전공했고, 네이버 '부동산 스터디' 카페에서 수십만 명의 팬을 거느린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투자 비법 대신 케인스, 하이에크, 애덤 스미스, 로버트 실러를 꺼내 든다는 사실 자체가 이 책이 뭔가 다르다는 신호였다.
"내 곁에는 항상 최고의 경제학자와 철학자와 심리학자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혼자서 생각하고 혼자서 판단하고 투자할 수 있었다."
— 저자, 책 본문 중
책에서 처음 충격을 받은 대목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설명이었다. 저자는 인플레이션을 단순한 물가 상승이 아니라 "국민의 부가 정부로 이전되는 조용한 수탈"이라고 설명한다. 월급을 모아 예금에만 맡기는 사람은 인플레이션이 진행되는 동안 실질 구매력을 잃고, 반면 부동산과 주식 같은 실물 자산을 가진 사람은 인플레이션의 수혜를 받는다. 자본주의 시스템은 애초에 이렇게 설계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저자가 말하는 "자본주의 게임의 법칙"이다. 이 규칙을 모르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결코 부자가 될 수 없다.
케인스와 하이에크의 논쟁을 투자에 적용하는 2장도 인상적이었다. 케인스는 정부가 경기를 살리기 위해 돈을 풀어야 한다고 했고, 하이에크는 그것이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과 거품을 만든다고 반박했다. 두 천재는 수십 년을 싸웠지만 저자의 결론은 단순하다. "정부가 돈을 풀면 어딘가에 거품이 생긴다. 그 거품이 어디에 생기는지 먼저 알아채는 사람이 이긴다." 이 논리를 따라가다 보면, 거시경제 뉴스를 읽는 방식이 달라진다. 연준의 금리 결정 하나가 부동산과 주식 시장에 어떻게 연결되는지 훨씬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로버트 실러의 행동경제학 챕터는 주식 투자자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내용이다. 인간은 합리적으로 투자하지 않는다. 오를 때 더 사고, 내릴 때 더 판다. 떼를 지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군중 심리가 거품을 만들고, 그 거품이 꺼질 때 가장 큰 손실을 보는 사람은 언제나 마지막에 뛰어든 대중이다. 이 사실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저자의 설명을 읽으며 내가 과거에 저질렀던 투자 실수들이 하나하나 떠올랐다. 남들이 흥분할 때 나도 함께 흥분했고, 남들이 공포에 떨 때 나도 함께 팔았다.
책을 덮으며 드는 생각은 하나였다. 투자 실력은 종목 선택 기술이 아니라 생각하는 능력에서 온다는 것. 케인스도, 하이에크도, 실러도 결국 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대중과 반대로 생각할 수 있는 사람, 공포 속에서 냉정을 유지하는 사람, 정부 정책의 방향을 읽고 자산의 흐름을 미리 내다보는 사람이 부자가 된다. 그리고 그 능력은 단기 매매 기술이 아니라 오랜 독서와 사유를 통해서만 얻어진다. 저자가 500만 원으로 50억을 만들 수 있었던 진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이 책을 권하고 싶은 독자
열심히 일하고 저축도 하는데 왜 자산이 늘지 않는지 답답한 분, 주식·부동산 투자를 하고 싶은데 어떤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지 모르는 분, 그리고 뉴스 속 경제 흐름이 내 자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큰 그림을 갖고 싶은 분께 강력히 권한다. 두껍지 않지만 생각할 거리는 가장 많은 책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