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파동을 타는 70년 타짜의 지혜, 《후지모토 시게루의 매매법》을 읽고
1. 프롤로그: 자산 80억 원의 소멸, 그리고 180억 원으로의 부활
주식 시장에는 수많은 대가가 존재하지만, 자산 80억 원을 통째로 잃고도 다시 180억 원의 자산가로 우뚝 선 일본의 전설적인 개인 투자자, 후지모토 시게루의 이야기는 유독 강렬한 울림을 준다. 70년이라는 장구한 세월 동안 시장의 온갖 풍파를 온몸으로 견뎌낸 그의 전략은 화려한 기교가 아니었다. 오히려 철저한 기본기와 인간의 감정을 배제한 기계적인 리스크 관리의 결정체였다. 짜릿한 한 방을 노리며 시장과 싸우려 했던 내 투자를 돌아보게 만들고, 기계적인 유연함이 왜 최고의 무기인지를 절실히 느끼게 해 준 그의 생존 공식을 네 가지 줄기로 정리해 보았다.
2. 본론: 시장의 풍파를 이겨낸 사계(四季)의 매매 공식
① 뼈대 있는 기업만 고른다: '증수·증익·증배'의 확신
후지모토 시게루의 매매는 현란한 데이트레이딩처럼 보이지만, 그 밑바탕에는 강력한 가치투자적 필터링이 깔려 있다. 그는 아무 잡주나 건드리지 않고 반드시 다음의 3대 전제를 충족하는 기업만 골라낸다.
- 증수(增收): 매출이 계속 늘어나는가? (성장성)
- 증익(增益): 순이익이 성장하고 있는가? (수익성)
- 증배(增配): 주주 배당을 늘리고 있는가? (안정성과 신뢰도)
단기 매매를 하는 사람들은 흔히 차트와 거래대금만 좋으면 부실주에도 쉽게 손을 댄다. 하지만 그는 달랐다. '기업 가치'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어야만 주가가 일시적으로 하락하더라도 복원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고, 그 믿음이 있어야만 흔들리지 않는 뇌동매매 없는 투자가 가능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② 인간의 감정을 지우는 분할법: '1:2:6 법칙'
주식 투자에서 가장 큰 적은 탐욕과 조급함이다. 후지모토는 이를 극대화된 분할 매수 시스템으로 철저히 통제했다.
- [1] 소액 진입: 시장의 간을 보는 정찰병 파견 단계
- [2] 확신 추가: 내 예상이 적중하고 흐름이 맞을 때 비중을 2배로 확대
- [6] 강한 베팅: 확실한 반등 시그널을 확인한 후 본격적인 물량 확보
한 번에 몰빵하는 투자는 주가가 조금만 흔들려도 공포에 질려 이성적인 판단을 마비시킨다. 반면, 이 '1:2:6 매수법'은 철저하게 시장의 흐름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비중을 실어 가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절대 우위에 설 수 있는 탁월한 방어 장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③ 기계적 매매를 위한 4대 무기 (5분봉 매매)
그는 단기 매매의 정교한 타점을 잡기 위해 5분봉을 매섭게 째려보며, 딱 네 가지 기술적 지표만 조합하여 기계적으로 대응한다.
| 지표 | 활용 방법 |
| RSI | 30 이하에서 매수 검토, 70 이상에서 매도 준비 (과매도/과매수 포착) |
| MACD | 골든크로스와 데드크로스를 활용한 확실한 추세 전환 확인 |
| 일목균형표 | 주가가 구름대를 돌파하거나 지지받는 핵심 저항/지지가 확인될 때 |
| 캔들 패턴 | 거래량이 실린 양봉 전환과 저점 반등의 신호를 직접 눈으로 확인 |
지표 하나에만 의존해 섣불리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이 네 가지 무기가 삼박자, 사박자로 맞아떨어질 때만 움직이는 그의 집요함과 절제력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④ 물타기가 아닌 기술: '저점 반복매매' 탈출법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손절에 대한 역발상'이었다. 그는 무조건적인 손절로 손실을 확정 짓기보다 우량주의 복원력을 매매 기술로 이용한다.
그저 주가가 회복되기만을 기도하며 버티는 미련한 '물타기'가 아니다. 철저한 현금 보유를 전제로 주가가 떨어지면 저점에서 다시 사고, 짧은 기술적 반등이 나올 때마다 익절하여 수익을 실현한다. 이 과정을 끈질기게 반복함으로써 실질적인 매수 단가(평단가)를 계속 낮추어 결국 플러스로 탈출하는 전략이다.
물론 이 전략은 1번 조건인 '우량 성장주'라는 든든한 대전제가 깔려 있고, 리스크를 감당할 만한 현금 관리 능력이 탑재되어 있어야만 가능한 진정한 고수의 영역이다.
3. 에필로그: 투자는 재미있게 오래 하는 것
"우량 성장주 선정 + 기술적 반등 포착 + 기계적 반복매매 + 철저한 현금관리"
후지모토 시게루가 남긴 이 장기 생존의 공식은 단순히 돈을 버는 기술을 넘어, '시장에서 어떻게 오래 살아남을 것인가'에 대한 태도를 이야기한다. 그는 시장의 에너지가 가장 강한 오전 9시에서 10시 사이에 고도로 집중했고, 일확천금을 노리기보다 작은 수익을 복리로 촘촘하게 쌓아 올렸다. 그리고 무엇보다 투자를 고통스러운 노동이 아니라 "재미있게 오래 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80억 원의 실패를 딛고 180억 원으로 당당히 복귀한 그의 저력은 결국 욕심을 내려놓고 시장의 거대한 파동에 몸을 맡긴 유연함에 있었다. 매번 시장과 싸워 이기려 들었던 내 오만을 내려놓고, 이제는 그의 유연하고 기계적인 매매법을 내 투자 체력으로 흡수해야 할 때다.
한 줄 평: 70년의 세월이 증명한 가장 완벽한 리스크 관리 매뉴얼, 탐욕을 지우면 파도가 보이기 시작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