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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발 라비칸트의 부와 행복의 원칙

부와 행복은 결국 같은 질문이었다.

 

1. 이 책을 고른 이유

투자 공부를 하다 보면 결국 같은 이름들로 돌아오게 된다. 레이 달리오, 워런 버핏, 찰리 멍거… 그런데 이번엔 좀 다른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나발 라비칸트. 실리콘밸리의 엔젤투자자이자 앤젤리스트의 창업자인데, 정작 그를 유명하게 만든 건 수익률표가 아니라 트위터에 남긴 짧은 문장들이었다. "부자가 되는 법은 운이 아니라 배울 수 있는 기술이다"라는 말 한 줄에 끌려 이 책을 집어 들었다. 돈 버는 법을 다루는 책은 많이 읽었지만, 그 돈을 벌고 난 다음에 "그래서 행복한가"라고 되묻는 책은 드물었기 때문이다.

 

2. 핵심 내용 요약

책은 정확히 둘로 나뉜다. 1부는 부, 2부는 행복.

부에 대한 부분에서 나발이 가장 강조하는 건 '지렛대(leverage)'라는 개념이다. 노동력을 지렛대로 쓰던 시대는 지났고, 지금은 자본과 코드, 미디어처럼 복제 비용이 거의 0에 가까운 것들이 지렛대가 된다. 그리고 그 지렛대를 쓰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특화된 지식'을 꼽는다.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이 아니라, 호기심을 따라가다 자기도 모르게 쌓이는, 남이 베끼기 힘든 지식이다. 여기에 책임을 지는 것 — 자기 이름을 걸고 위험을 감수하는 것 — 이 더해져야 비로소 부가 만들어진다고 본다. 그리고 이 모든 걸 단기간이 아니라 장기게임으로,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과 반복해서 두라고 조언한다.

2부의 행복론은 의외로 더 단단하다. 행복은 타고나는 성격이 아니라 운동이나 식습관처럼 배우고 훈련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게 출발점이다. 그는 모든 욕망을 "스스로 선택한 불행"이라 부른다. 무언가를 더 원하는 마음 자체가 이미 작은 불행을 만든다는 뜻이다. 그래서 그가 제시하는 행복의 첫 번째 조건은 '현재를 사는 것', 두 번째 조건은 '평화'다. 성공이 행복을 보장하지 않으며, 질투심이야말로 행복의 가장 큰 적이라는 말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다.

 

3. 가장 인상 깊었던 통찰

가장 오래 머문 문장은 이거였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는 부, 건강, 행복이다. 우리는 이 순서대로 추구하지만, 사실 추구해야 할 순서는 그 반대다." 처음엔 그냥 좋은 말로 흘려들었는데, 곱씹을수록 묵직했다. 우리는 대개 부를 먼저 쌓고, 그다음 건강을 챙기고, 마지막에 행복을 찾으려 한다. 그런데 정작 행복과 건강이 받쳐주지 않으면 부는 쌓이지도, 누리지도 못한다는 게 그의 논리다. 순서를 뒤집어야 한다는 이 한 문장이 책 전체를 압축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4. 개인적인 성찰

이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내 포트폴리오와 일상을 겹쳐보게 됐다.  단기매매를 할 때 매번 차트 앞에서 판단을 내리는 행위, 그것 역시 나발이 말하는 '책임을 지는 것' — 내 이름과 내 자본을 걸고 결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반면  꾸준히 매수하며 묻어두는 건, 그가 말한 장기게임이자 지렛대를 시간에 맡겨두는 방식이라는 걸 다시 확인했다.

그런데 정작 뼈아프게 다가온 건 행복 쪽이었다. 주식,연금, IRP 계좌를 굴리고, 세제를 따지고, 인출 순서를 짜는 일에 몰두하다 보면 어느새 "얼마를 더 모아야 안심이 될까"라는 질문만 반복하게 된다. 나발의 말대로라면 그 질문 자체가 스스로 선택한 작은 불행이었던 셈이다. 노후 준비는 분명 부의 영역이지만, 그 준비를 하는 지금 이 순간을 편안하게 사는 것도 똑같이 중요한 기술이라는 걸 이 책이 일러주었다. 숫자를 맞추는 일과 마음을 다스리는 일, 둘 다 배워야 할 기술이라는 점에서 결국 같은 무게를 가진다는 걸 새삼 느꼈다.

 

5. 마무리

책장을 덮으며 든 생각은 이거였다. 부를 좇는 일과 행복을 좇는 일은 서로 다른 두 갈래 길이 아니라, 같은 길의 앞뒷면이라는 것. 나발의 말을 빌리면, "우리가 소유할 수 있는 것은 현재뿐이다." 포트폴리오를 점검하기 전에, 오늘 하루를 먼저 점검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