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탐문하고, 중국을 탐문한 저자가
마침내 자기 자신의 나라를 탐문한다.
어쩌면 가장 어려운 탐문일 것이다.
너무 가까이 있어서 오히려 보이지 않는 것.
물속에 사는 물고기가 물을 모르듯,
대한민국 안에 사는 우리는
대한민국을 제대로 본 적이 있는가.
그 질문이 이 책을 집어 들게 만들었다.
저자는 대한민국을
자랑스러운 성공 신화로도,
자조적인 실패 서사로도 읽지 않는다.
하나의 문명 실험으로 바라본다.
반세기 만에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이 된 나라.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이뤄낸 나라.
그런데 정작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은
왜 이토록 피로하고, 불안하고, 서로를 불신하는가.
저자는 그 모순의 뿌리를 찾아
대한민국의 압축 성장 이면을 천천히 들여다본다.
성장의 빛 뒤에 감춰진 그늘.
세계를 향해 질주하는 동안
정작 우리 자신을 잃어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물음.
그 물음이 책 전체를 관통한다.
이 책에서 가장 오래 머문 대목은
"우리는 성공한 것인가, 아니면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것인가" 라는 질문이었다.
GDP는 높아졌다.
수출은 늘었다.
K-팝은 세계를 흔든다.
그런데 출생률은 세계 최저이고,
자살률은 OECD 최상위권이며,
청년들은 결혼도 출산도 포기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것을 단순한 사회 문제로 보지 않는다.
문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근본적인 경고로 읽는다.
빠르게 달려온 나라가
정작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게 된 상태.
그것이 지금 대한민국의 본질이라는 진단은
읽는 내내 불편하면서도 외면할 수 없었다.
이 책은 경제서가 아니다.
그런데 읽는 내내 투자와 노후에 대한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인구 구조가 무너지면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은 어떻게 되는가.
부동산 신화는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는가.
남편퇴직 후 살아갈 이 나라는
10년 후 어떤 모습일 것인가.
저자의 탐문은 거창한 문명론으로 끝나지 않는다.
지금 이 땅에서 살아가는 개인의 삶과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다.
나는 미국 ETF를 사고, 달러를 모으면서
대한민국 바깥에 울타리를 치려 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결국 내가 늙어가고
삶을 마무리할 곳은 이 땅이다.
이 나라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근본적인 노후 준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대한민국의 교육을 받고
대한민국에서 평생을 일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깨달았다.
나는 대한민국을 당연한 배경으로만 여겨왔다는 것을.
이 나라가 어디서 왔고,
어디를 향하고 있으며,
무엇을 잃어가고 있는지에 대해
한 번도 진지하게 탐문해본 적이 없었다.
저자는 그 탐문을 대신해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탐문하도록 자극한다.
그것이 이 책의 진짜 목적인 것 같았다.
대한민국 탐문.
가장 가까이 있어서
가장 보기 어려운 것을 보려는 시도.
이 책은 애국심을 강요하지 않는다.
반성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다만 묻는다.
당신은 지금 이 나라를 제대로 보고 있는가.
그리고 그 안에서 당신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그 질문 앞에서
나는 한동안 책을 덮지 못했다.
"가장 낯선 여행은
때로 가장 익숙한 곳을
처음 보는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다."